종종 만나서 저녁을 같이 하는 가족이 있습니다.

푸켓에서 만나 친해진 가족인데요.

어느날 저녁을 먹다가 이런 말씀을 하셨습니다.

"푸켓 비치에 자주 바람쐬러 가세요?"

- "아뇨. 여유가 안되서요."

"많은 사람들이 이 비치를 보려고 푸켓에 돈과 시간을 들여 오는데

우리는 맘만 먹으면 코 앞에 있다는게 얼마나 큰 복인가요?

그래서 우리 가족은 자주 돗자리에 음료수만 가지고 비치에 가요."

이 분들과의 대화를 나누다 보니

문득 이런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온통 주변이 수정으로 둘러 싸인 곳에서는

그 수정이 얼마나 소중한지 모르고 그냥 내 주변에 있는 것 쯤으로 넘겨버리게 되는 것을요.

집에 돌아와 우리 부부는 강아지를 데리고

2주에 한 번씩은 멋진 노을을 보러 가자고 약속했습니다.


그 때부터입니다.

처음의 약속처럼 2주에 한 번씩은 아니지만

우리 부부는 여유가 생기면 간단한 짐만 꾸려서 비치에 나가곤 합니다.

강아지도 맘껏 뛰어놀게 하고싶어서

우리만의 한적한 비치를 찾아다녔었는데

이번에 가보니까 그곳도 어떻게 소문이 났는지 

관광객들과 노점상으로 바글바글한거에요.

운 좋게 더 안쪽으로 들어갔더니 한적한 비치가 있길래 그곳에 자리를 잡았습니다.

그래도 늦게 도착한 덕분에 멋진 노을을 볼 수 있었어요.

우리집 강아지는 비치에 도착하자마자 응가를 시원하게 싸주시는 바람에

초반부터 배변봉투를 들고 다녀야 했습니다.

우리는 개념 반려견 보호자니까요. ㅎㅎㅎ


바다에는 못들어갔어요. 너무 더러워서...ㅠㅠ

요즘 푸켓 비치는 쓰레기로 몸살을 앓고 있답니다.

이곳에 사는 사람으로서 부끄러울 정도로 쓰레기가 많아요.

특히 푸켓의 바다도 우리나라 서해안처럼 밀물과 썰물차가 있는데

밀물 때에 바다에 있던 쓰레기가 육지로 다 올라와서

썰물 때에 물이 빠지면 모래사장이 쓰레기밭으로 변해있습니다.

태국에 정이 떨어진 것은 사실이지만

그래도 이런 모습은 너무 안타까워요. 자연이 무슨 죄인지...


오랜만에 석양을 배경으로 오합지졸 가족사진을 찍어봤어요.

푸켓은 지금 우기인데 구름 모양은 우기에 더 예쁘답니다.

날씨가 도와준다면 우기에 더 드라마틱한 썬쎗을 만나보실 수 있어요.

무지개색으로 변한 하늘에 감탄하며

이 하늘을 언제까지 볼 수 있을지 잠시 숨겨둔 불안함이 떠올랐습니다.

모든 것들은 끝이 있다는 아쉬움 때문인지 더 간절하고 소중함을 느끼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오늘도 감사했습니다.


그리고 내 옆에 있는 한 남자.

나 혼자 감당한다면 힘들지 모르는 모든 상황에 함께 있어줘서 

이 또한 감사합니다.


그 끝이 언제가 될지 어떤 모습일지 모르겠지만

그래도 지금 주어진 것들에 감사하면서

긍정적인 마음을 가지고 긍정적인 상황으로 흘러가도록

지혜롭게 생활하려 합니다.

(이런 생각을 정리할 수 있는 시간, 너무나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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