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에 한 번씩 우리는 비자 갱신을 위해 태국 대사관이 있는 말레이시아 페낭을 가장 많이 찾습니다.

태국에서 육로를 통해 이동이 용이할 뿐만 아니라 가격적인 면에서도 훨씬 경제적이고

육로의 국경 이미그래이션이 공항의 이미그래이션보다 덜 까다롭기 때문인데요.

이 이유 때문에 여행 비자로 장기 체류 중인 외국인들 또한 육로를 통한 비자 런을 많이 이용합니다. 당연히 이 중에는 여행 목적이 아니면서도 관광비자로 장기 체류 하려는 불법 체류자가 다수 포함되어 있답니다. 아마도 50% 이상은 이런 불법적인 비자 런을 다녀오는 것으로 추측됩니다. 육로 이미그래이션에서는 여권에 100~200바트 정도를 따로 넣어주면 쉽게쉽게 입국 허가를 내줍니다. 만약 서류상에 큰 결격사유가 있어서 출입국 관리 사무소로 따로 불려가는 경우에는 몇 천밧에서 몇 만밧을 찔러주면 눈 감아주는 광경도 종종 볼 수 있습니다. 육로 이미그래이션이야말로 감히 비리의 성지라고 할 수 있습니다.

비자 런 서비스를 패키지로 만들어서 대행해주는 회사를 주로 이용하다 보면 이 무리에 섞여 저 또한 불법 체류가가 된 듯한 검은 기운에 기분은 썩 유쾌하진 않지만 이런저런 메리트 때문에... 특히나 두 달 전에 겪었던 그 싱가포르 악몽의 여파가 걱정이 된 탓에 올해도 페낭 가는 미니버스에 올랐습니다. 지난번 얼토당토하지 않은 이유로 싱가포르 입국이 거부된 이후 비자를 갱신하기까지 불안과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녔습니다.

혹시라도 비자 연장이 거절되거나 또 혹은 비자까지 잘 연장하고도 태국으로의 재입국이 거절 될까봐서죠.

다들 "서류상 문제가 없으면 괜찮은 거 아냐?!" 싶지만 이 부분의 모든 재량은 해당 이민국 직원에게 달려있기 때문에 마냥 맘을 놓을 순 없었습니다. 당일 담당하는 직원이 최악의 컨디션이거나 평소 한국에 좋은 감정이 없는 사람이라면 고스란히 그 여파가 우리에게 올 수 있으니까요.

이처럼 비자나 입국에 관련된 모든 허가는 해당 직원의 지극히 주관적인 판단 하에 좌우됩니다. 미칠 노릇이죠.

다행이 태국을 나가는 도장과 말레이시아 입국 시에는 별 문제 없이 진행되었습니다.

미니버스 태국인 기사님이 어느정도의 비자 신청서 작성이나 서류 취합 정도의 서포트를 해주는데 미니버스에 딱 타자마자 준비해둔 에너지 음료를 드렸더니 자잘한 서류 작성까지도 모두 도와주셨습니다. 역시 기브&테이크는 어딜가든지 통하는 것 같습니다.


말레이시아에 입국하자마자 대사관을 향하는 미니버스. 일정이 꽤나 팍팍합니다.

저녁 출발 - 밤새 국경을 넘어 아침에 말레이시아 페낭 도착 - 대사관 서류 접수 - 자유시간 - 숙소 1박 - 조식 후 체크 아웃 - 대사관에서 비자 수령 - 태국으로 고고!

바로 이 일정이죠. 중간중간 태국과 말레이시아 이미그래이션도 각각 들러야 하니 꽤나 바쁜 일정이에요.

일단 말레이시아 대사관에 회사의 재직을 증빙하는 서류들과 워크퍼밋, 여권, 각각의 사본, 사진 2장, 비자연장 신청서, 혹시모를 요청에 대비한 통장 사본까지 모든 것이 완벽합니다. 언제나처럼 두근거리는 맘으로 교무실에 불려가는 학생마냥 공손히 Non-B 비자 갱신을 접수했습니다. 이 서류를 대사관에 접수하면 다음날 오전 여권에 비자 스티커가 딱 붙여져 나옵니다. 이 중에서 서류가 부족하면 얄짤없이 퇴짜입니다. 대사관 접수처에서는 이런 저런 이유로 서류 접수를 거부당해 난감해하는 외국인들을 어렵지 않게 마주칠 수 있습니다.

만 하루가 지나고 다음날 오전 대사관에서 정상적으로 비자를 취득할 수 있었고, 2/3 정도의 안도감을 가지고 태국을 향했습니다.

물론 여권과 함께 200밧을 준비했지요. 작년과 달라진 이미그래이션 앞에는 '이민국을 통과할 때 어떠한 돈도 지불하지 않는다'라고 대문짝만한 문구가 붙어있었습니다. 더 이상 여권 중간에 돈을 끼워넣지 않게 되어있더라구요. 대신... 미리 기사 아저씨가 수금해 가면 한 번에 다른 루트로 전달이 되고 있었습니다.

이게 뭐야~?!

예전엔 대놓고 돈을 받았다면 지금은 안보이는 곳에서 수금을 하고 있는 것입니다. 더 구려졌죠!

하지만 낑겨 사는 외국인이 무슨 힘이 있겠습니까. 내라면 내야죠. 그냥 좋은 맘으로 올해도 200바트를 찔러줍니다.

2개월간의 걱정과는 다르게 우리 버스의 일행은 여권 기록도 제대로 보지 않고 All Pass!!! 와우!!!

그간 왜 혼자 걱정을 했는지...

이제 1년간은 맘 걱정 놓았다는 생각에 안도감과 허탈함, 그리고 그간의 피로감이 훅 밀려왔습니다.

다시 또 시한부 1년이지만 한동안은 제 일에 집중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지금도 회의감은 들고 있어요. 이 곳에서 살엄음판 같은 불안정한 생활을 감수하고 지속할만큼 가치가 있는지...

사실 돈을 우리나라보다 더 모을 수 있는 환경도 아니고, 생활이 안정적인 것도 아니니...

내년에도 우리 부부가 비자런을 다녀오게 될지, 우리나라로 가게 될지 질풍노도의 시기가 아닐 수 없습니다.

그래도 코 앞의 숙제는 해결했으니 일단 며칠간은 아무 생각도 걱정도 없이 웃어야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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